초등 생활계획표, 원형 시간표 대신 체크표로 넉 달
초등 생활계획표를 만들어 본 집은 많습니다. 검색하면 나오는 것도 대부분 동그란 원형 시간표입니다. 그리고 대개 두 주쯤 가다 조용히 사라집니다.
우리 집 표는 원형이 아니었습니다. 하루를 아침과 저녁으로 나눈 체크표였고, 넉 달을 갔고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11살과 8살이었습니다. 실물부터 보여 드리겠습니다.
엑셀로 짜서 두 장을 출력하고 코팅했습니다. 첫째와 둘째에게 한 장씩, 각자 방문 앞에 화이트보드를 걸고 그 위에 붙였습니다. 체크는 보드마카로 하고 주에 한 번 지웁니다.
시작은 잔소리였습니다
아이들은 노는 건 참 좋아하는데, 해야 할 일은 좀처럼 스스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말을 하게 됩니다. 한 번 말해서 안 되면 두 번 말하고, 두 번 말해서 안 되면 목소리가 달라집니다. 잔소리가 쓴소리가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양치나 방 청소 같은 3초짜리 일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힘든 일이 되어 있습니다.
부부가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앉아 오래 상의한 끝에 나온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작은 할 일부터 스스로 하게 해보자. 그 자리에서 엑셀을 열고 아이들에게 매일 하는 말을 하나씩 써 내려갔습니다.
체크하는 규칙은 하나였습니다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했다면 체크.
이 한 줄이 표의 성격을 바꿉니다. 체크가 있다는 것은 일을 했다가 아니라 시키지 않았는데 했다는 뜻이 됩니다.
처음 꺼냈을 때 아이들은 반가워하지 않았습니다.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것으로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뭘 해야 할지 잘 모를 수 있으니까, 친절하게 적어 둔 거야" 라고 말했고, "잘한 사람한테는 보상도 있는데, 좋은 거 아니야?" 를 붙였습니다. 표정이 바뀐 건 두 번째 문장에서였습니다.
항목은 잔소리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표에 실제로 들어간 스무 줄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 항목 | 점수 |
|---|---|
| 스트레칭 | 2 |
| 세수 | 1 |
| 양치 | 1 |
| 옷 | 1 |
| 양말 | 1 |
| 영양제 | 1 |
| 물통 | 1 |
| 로션 | 1 |
| 썬크림 | 1 |
| 항목 | 점수 |
|---|---|
| 물통 | 1 |
| 간식통 | 1 |
| 샤워 | 1 |
| 수학 | 2 |
| 국어 | 2 |
| 학원숙제 | 1 |
| 학교숙제 | 1 |
| 방청소 | 2 |
| 학교가방 | 2 |
| 영양제 | 1 |
| 양치 | 1 |
하루에 25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섯 칸이니 한 주 125점이 만점입니다. 「물통」이 아침과 저녁에 한 번씩 있는데, 아침은 챙겨 가는 것이고 저녁은 가방에서 꺼내 놓는 것입니다.
로션, 썬크림, 물통 꺼내 놓기. 대단한 것이 없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 매일 잔소리가 나가던 자리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지, 새로 시킬 일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새 일을 넣으면 아이의 첫 반응이 맞는 말이 됩니다.
점수는 1점이 기본이고 2점은 다섯 개뿐입니다. 스트레칭, 수학, 국어, 방청소, 학교가방 — 마음먹어야 시작되는 일들입니다. 전부 1점으로 두면 쉬운 칸부터 채우고 어려운 칸은 영영 비어 있습니다.
패널티는 한 번도 쓰이지 않았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한 주 점수를 계산하고, 보상과 패널티는 주말에 줬습니다. 사다리 전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 주간 점수 | 결과 |
|---|---|
| 120점 이상 | 5,000원 |
| 115점 이상 | 4,000원 + 엄마 쿠폰 하나 |
| 110점 이상 | 3,000원 |
| 110점 미만 | 없음 |
| 100점 이하 | 독후감 3장 |
| 90점 이하 | 명상 30분 + 반성문 1장 |
| 80점 이하 | 영어단어 10개 |
| 70점 이하 | 아빠표 지옥 |
100점과 110점 사이는 비어 있습니다. 벌도 상도 없는 구간이고, 이 틈이 있어서 한 주 삐끗한 것이 곧바로 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만든 이유는 하나입니다 — 아이들이 못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 스스로 하는 걸 좀처럼 못 봤으니까요. 맨 아래 칸의 「아빠표 지옥」은 끝내 말해 주지 않았습니다. "과연 무엇일지는 상상하고 있는 것" 이라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넉 달 동안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습니다. 100점 아래로 내려간 주가 없었습니다.
도움이 됐는지 따질 것도 없이 애초에 필요가 없던 칸이었습니다. 아이를 재촉하던 습관이 표에까지 따라 들어온 자리였고, 다시 한다면 이 칸은 비워 둘 것 같습니다.
칭찬 스티커판과 다른 점
칭찬 스티커판은 대개 어른이 붙여 줍니다. 잘했다고 판단한 사람이 어른이니 아이는 어른의 표정을 봅니다. 우리 표는 아이가 직접 체크했습니다. 판단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면 표를 보는 이유가 달라집니다.
스티커판을 쓰시더라도 붙이는 손만 아이에게 넘겨 보세요. 그것만으로 꽤 달라집니다.
칸이 비는 건 표가 지겨워졌을 때가 아닙니다
첫 주가 제일 잘 됩니다. 보상이 눈앞에 있으니까요. 칸이 비기 시작한 건 할 일이 손에 익고 보상이 시들해졌을 때였습니다. 표가 지겨워진 것이 아니라 보상이 지겨워진 것이라, 그럴 때 항목을 손보거나 규칙을 조이면 헛일입니다.
고를 수 있었던 다섯 가지입니다.
- 게임 2시간 (주말)
- 태블릿 2시간 (주말)
- 베스킨라빈스 (싱글)
- 숙제 패스권 (국어 / 수학)
- 3,000원
그래서 넉 달 동안 아이들과 길게 얘기한 것은 할 일이 아니라 보상이었습니다. 저녁 밥상에서 하던 잔소리가 보상 협상 테이블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해보려면
종이와 펜으로 오늘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아이에게 하루에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습니다. 새로 시킬 일을 만들지 마세요.
- 아침과 저녁으로 나눕니다. 하루를 통으로 두면 언제 봐야 할지가 없습니다.
- 1점을 기본으로, 마음먹어야 시작되는 일에만 2점을 줍니다. 2점은 전체의 4분의 1을 넘기지 않습니다.
- 아이 수만큼 출력해 코팅하고, 각자 방문 앞처럼 매일 지나는 자리에 붙입니다. 한 장에 두 아이를 같이 올리면 비교표가 됩니다.
- 규칙은 하나만 말해 줍니다.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했으면 체크."
- 보상은 아이와 같이 정하고, 시들해지면 다시 정합니다.
- 벌칙 칸은 만들지 마세요. 우리는 만들었고, 넉 달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4번의 코팅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생활습관표가 사라지는 진짜 이유는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먼저 지치기 때문입니다. 코팅해 두면 매일 새로 그릴 일이 없고, 표를 유지하는 데 드는 품이 거의 0이 됩니다.
넉 달 뒤에 남은 것은 채워진 칸이 아니라, 밥상에서 하던 말이 바뀐 것이었습니다.
그 보상 이야기가 다음 글입니다. 두 달째에 "보상이 적다"는 말이 나왔고, 우리는 액수를 올리는 대신 다른 것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