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면 안 되는 두 줄이 앱이 됐습니다
2편에 실었던 화이트보드 사진을 한 번 더 꺼냅니다. 검은 보드마카로 두 줄이 적혀 있던 판입니다.
배스킨 쿠폰 1장 9천800원
그 글에서는 이 두 줄을 아이가 직접 쓰는 통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번 글은 이 두 줄이 어쩌다 앱 화면이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쿠폰은 사는 날과 쓰는 날이 다릅니다
쿠폰 제도에는 종이 시절부터 구멍이 하나 있었습니다. 쿠폰을 사는 날과 쓰는 날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트가 모이면 아이는 금요일에 쿠폰을 삽니다. 배스킨라빈스 쿠폰을 샀으면 주말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야 합니다. 그런데 주말에 일이 생기면 못 갑니다. 쿠폰은 다음 주로 넘어갑니다.
문제는 이 쿠폰에 실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트는 화이트보드에 숫자로 적혀 있지만, 산 쿠폰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부모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그래서 화이트보드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배스킨 쿠폰 1장」. 위 사진의 그 줄입니다.
적어 놓으니 해결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화이트보드는 지우라고 있는 물건입니다. 체크리스트는 매주 지우고, 포스트잇은 떼어 냅니다. 그 판 위에서 저 두 줄만은 지우면 안 됐습니다. 아이가 몇 주에 걸쳐 번 것이 보드마카 글씨 하나에 걸려 있었습니다.
지갑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태블릿에 웹페이지를 띄운 뒤, 체크리스트 다음으로 만든 것이 지갑입니다. 화면을 새로 그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 두 줄 때문입니다.
산 쿠폰은 지갑에 들어가고, 쓰는 날 「사용하기」를 누르면 사라집니다. 몇 주가 지나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지워질 걱정도, 부모가 잊을 걱정도 없습니다.
9,800원이 적혀 있던 자리는 저금통이 됐습니다.
엄마 쿠폰이 쇼핑몰이 됐습니다
쿠폰을 사는 화면의 처음 이름은 「엄마 쿠폰」이었습니다. 종이 시절 부르던 이름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지금은 「쇼핑몰」입니다. 기능이 바뀐 것은 아니고 이름만 바꿨습니다.
파는 것은 다섯 가지입니다. 게임 2시간, 태블릿 2시간, 배스킨 싱글, 숙제 패스권, 그리고 현금 3,000원. 전부 하트 3개입니다. 종이 시절 「엄마 쿠폰은 하트 3개」였던 값이 그대로 왔습니다.
같은 쿠폰은 지갑에 한 장만 가질 수 있습니다. 종이 시절에는 일주일에 한 종류 한 장이었는데, 지갑이 생기면서 규칙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사는 것을 막는 대신 쌓아 두는 것을 막는 쪽으로요. 게임 쿠폰을 또 사고 싶으면 먼저 가진 것을 써야 합니다.
잘한 날에는 부모가 그냥 줍니다
여기까지는 아이가 버는 길입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는 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부모가 주는 길입니다.
학원 시험을 90점 넘게 받아 왔다든가, 하트 규칙에 없는 잘한 일이 생기면 관리자 화면에서 쿠폰이나 하트를 바로 지급합니다. 아이가 사는 것에는 규칙이 붙어 있지만 부모가 주는 것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이건 종이 시절의 시험 제도가 하던 일과 같습니다. 아슬아슬한 주에 시험 문제를 늘려 하트를 벌게 해 준 것처럼, 규칙 밖의 잘한 일에는 규칙 밖의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규칙만 남고 재량이 없어지면 표는 급여명세서가 됩니다.
주는 것보다 잊는 것이 쉽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주는 길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기분 좋게 주는 것은 쉽습니다. 준 것을 잊는 것은 더 쉽습니다.
"시험 잘 보면 게임 쿠폰 줄게"라고 말해 놓고 주말쯤 잊어버리면, 아이 입장에서는 약속이 깨진 것입니다. 부모는 잊었다는 것조차 모릅니다. 화이트보드 시절 쿠폰 한 장을 적어 두던 이유가 이것이었는데, 주는 쪽 기록도 똑같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지급과 사용에 내역이 남습니다.
이 내역이 하는 말은 하나입니다. 엄마 아빠는 네가 잘한 것을 잊지 않고, 준다고 한 것은 준다는 것. 아이가 이 화면을 자주 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있어야 합니다. 약속이 지켜지는 집이라는 것은 말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세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해보려면
앱 없이도 됩니다. 우리도 넉 달을 종이로 했고, 무너진 곳은 딱 한 군데였습니다.
- 쿠폰을 실물로 만드세요. 종이에 써서 자르면 됩니다. 산 쿠폰을 아이 손에 쥐여 주면 지갑 문제의 절반이 끝납니다. 보관은 봉투 하나면 됩니다.
- 쿠폰에 기한을 적지 마세요. 우리 화이트보드에 쿠폰이 적혀 있던 이유는 주말을 넘겨서입니다. 기한이 있으면 아이가 번 것이 부모 사정으로 사라질 수 있고, 그 순간 이 제도 전체가 의심받습니다.
- 주는 즉시 적으세요. 지워도 되는 판과 지우면 안 되는 장부를 구분해야 합니다. 화이트보드는 앞쪽, 수첩이 뒤쪽입니다. 우리는 이 구분을 안 해서 보드마카 두 줄이 몇 달을 버텼습니다.
- 말로 준 보상도 같은 장부에 적으세요. 잊는 쪽은 언제나 부모입니다. 아이는 잊지 않습니다.